하다 하다 '층견소음'…"개 입을 막을 수도 없고 미치겠다" [이슈+]

입력 2023-03-19 14:23   수정 2023-03-19 15:10


원룸텔에서 '벽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가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법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3부(김성원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살인 및 시체유기 미수 혐의로 A 씨를 구속기소 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자신이 살던 수원시 장안구 원룸 안에서 같은 건물 옆집에 살던 40대 남성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B 씨와 벽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며 "범행 당일에도 원룸텔 복도에서 B 씨를 만나 다투던 중, 화가 나서 그를 자택으로 끌고 들어간 뒤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소음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
'벽간 소음' 갈등이…소음 기준 마련 목소리 잇따라
벽간소음은 같은 층에 있는 옆 세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뜻한다. 한국환경공단이 낸 '2022년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벽간 소음을 포함한 층간소음 상담 접수는 총 4만 3000건에 달했다.

현장 진단 건별 소음 원인은 '뛰거나 걷는 소리'가 5515건(71%)으로 가장 많았고 '망치질'이 648건(8.3%)으로 뒤를 이었다. '가구(끌거나 찍는 행위)'와 '문 개폐'가 원인인 소음도 각각 403건(5.2%)과 199건(2.6%)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직방과 호갱노노 등에 등록된 아파트 리뷰에서 언급된 '벽간소음' 비율은 예년(2018~2021년)보다 3.76배 늘어났다. 아파트 정주 여건을 평가하며 층간소음을 지적할 때 벽간소음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는 게 직방의 설명이다.

층간소음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사회적으로 이뤄졌지만, 옆집에서 들리는 벽간소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이에 사건이 발생한 원룸을 포함해 아파트, 오피스텔 등에 관련 규정과 소음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층간소음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인증제와 사후확인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공동주택 사업자가 아파트 완공 뒤 사용승인 받기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검사를 하고 검사기관에 제출하도록 한 제도다.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최소 기준을 모두 49㏈로 이전 50㏈, 50㏈보다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 등을 권고할 수 있다. 벽간소음 역시 구체적인 수치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
"개 입을 막을 수도 없고 미치겠다"…이제는 '층견소음'도 문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웃집 간 '층견(犬)소음' 갈등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김모 씨(28)는 "오피스텔 특성상 방음이 잘 안돼서 주민들 소음도 신경 쓰이는데, 몇 달 전부터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이사왔는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그렇다고 개의 입을 막을 수도 없어서 정말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타인과 분쟁을 경험한 반려인은 56.9%에 달했다. 주요 분쟁 사유로는 반려동물의 '짓거나 걷는 소리와 같은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30.8%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반려견이 짖는 소리는 약 70㏈로 법적 층간소음 기준(1분간 평균 43㏈)과 맞먹는다. 다만 반려동물 소음과 관련된 법적 규제는 없는 탓에, 갈등을 막을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방식을 강요했다간 이웃 간 더 큰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세대에 '성대 절제 수술'을 권고하는 안내문이 내붙어 논란이 일었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배우 이기우는 "이웃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한다면 (반려견을) 교정하고 훈련해야 하고, 나도 견주의 책임과 의무를 더 견고히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관련 법들이 명확해져야 법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에게 혼선도, 불필요한 혐오와 분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현행법상 공동주택 등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장소에서 기계·기구·시설 등을 사용하거나 대화, 걷거나 뛰는 소리 등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만을 소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발소리 등 직접적인 충격 소음이 주간에 1분간 평균 43dB을 넘거나, 57dB이 넘는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번 이상 들리는 것을 법적 층간소음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음·진동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반려동물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소리를 소음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동물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를 소음에 포함해 '층견소음' 피해를 예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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